캐나다가 차세대 주요 배터리 공급망으로 떠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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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차세대 주요 배터리 공급망으로 떠오르는 이유
- 캐나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부상
- 풍부한 원자재, ESG 경영, 지리적 이점, 적극적인 정부 지원정책 등이 강점
- 한·캐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은 원자재 가격 급등 및 수요공급 불균형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이 셀 제조 부분 75%, 양극재 및 전해질 생산 부분 90% 등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업계에서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다른 국가가 갖지 못한 여러 이점을 보유한 캐나다가 새로운 공급망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순위 2위 차지
지난 11월 블룸버그 NEF(BNEF)가 발표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에서 중국이 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캐나다가 그 뒤를 이어 2위에 올라섰다. BNEF는 매년 리튬 이온 배터리 공급망과 관련된 5가지 주제에 대한 45가지 측정 척도를 기준으로 주요 30개 국가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각 순위는 원자재 공급 및 가용성(Raw Materials), 배터리 셀이나 부품 제조(Battery Manufacturing), 사회적 책임경영(ESG), 산업·혁신·인프라(Industry, Innovation and Infrastructure), 다운스트림(탐사, 채광, 제련, 제조 등의 광물 관련 산업) 현지 수요(Downstream Demand) 등 총 5가지 부분으로 나눠 매겨진 후 최종순위가 결정된다.
이번 순위에서 한국은 배터리 제조 부문에서 중국 다음인 2위를 차지했으나, 원자재에서는 17위에 그쳐 독일과 공동으로 6위에 올랐다. 캐나다의 경우 2021년과 비교해 4개 부문에서 각 2~9단계 고르게 상승했고, 전 부분 10위권 내 상위권 순위를 선점하며 최종 2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원자재 의존에 대한 위험이 더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캐나다가 2위로 올라선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이번 결과는 캐나다의 2021년 순위인 5위보다 3계단 상승한 수치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 관련 업계가 캐나다를 중요한 광물 채광, 정제, 가공 및 생산을 위한 장소로 주목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캐나다가 어떻게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 강자로 부상한 이유는 아래와 같이 분석해 볼 수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 및 새로운 개발 전략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로 거대한 영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큰 강점이다. 캐나다는 약 60가지 이상의 광물 자원과 200여 개의 광산, 6,500여 개의 채석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주요 광물은 코발트, 흑연, 리튬, 니켈 및 희토류 원소 등인데 캐나다는 이를 모두 보유한 국가 중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인 리튬의 경우 최근 다시 생산을 재개한 점이 순위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캐나다에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리튬 생산이 제한적이었고 2020년에는 전혀 생산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리튬의 공급 수요 불균형이 주요 이슈인 현 상황에 맞춰 캐나다에서는 리튬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다수의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8,634만 톤의 예상매장량(PPR)을 보유한 지역이다. 특히 퀘벡주 정부는 핵심 전략 광물(CSM) 채굴 부문 및 북미 자동차산업의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제조 부문의 리더가 되기 위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주요 광물 채굴을 늘리고 관련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올해 BNEF 순위는 ESG 생산이 세계적으로 규범화되면서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 여부를 중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책임 있고 윤리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어 원자재에서 4위를 차지한 브라질의 경우 ESG에서 23위로 하위권을 차지해 최종순위 21위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의 경우 대부분 주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자재 대부분은 새로운 ESG 요건 충족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 ESG 부분에서 17위를 받았다.
ESG 부문에서 6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의 제조·생산 처리 과정이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캐나다는 청정에너지, 특히 수력 전기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배출가스 없는 수력 전기로 생산되는 캐나다산 알루미늄과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캐나다 철강 공장의 막대한 투자 등으로 인해 캐나다의 친환경적 전기차 잠재력이 높게 평가됐다.
또한, 캐나다 기업들은 향후 사용한 대부분의 물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인 배터리 폐기물처리 나아가 재활용 배터리 솔루션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ESG 생산방식 도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현시대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캐나다 광물은 서로 인접한 곳에 있어 채굴, 처리 및 재활용돼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장려정책 및 관련 업계의 활발한 투자 진출
캐나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며 친환경 사업 육성, 세금 감면 혜택,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혁신, 과학 및 경제 개발 캐나다(Innovation, Science and Economic Development Canada) 펀드는 ‘캐나다를 중요한 광물 투자를 위한 더 매력적인 목적지로 만들고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와 같은 상품의 생산 증가 촉진’을 목표로 하며 만들어졌다.
이 전략은 새로운 유망한 광산에 대한 투자부터 제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배터리 재활용 강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2020년 12월부터 향후 5년간 탈 탄소 미래기술 개발과 클린테크 육성에 30억 캐나다 달러(약 2조8,182억 원, 2022.12.29. 기준)를 투자하는 넷제로 액셀러레이터(Net Zero Accelerator), 청정연료 산업육성 및 투자 초기의 막대한 자본비용 부담 완화 지원을 위해 2021년 신설된 청정연료 기금(Clean Fuels Fund)과 같은 다양한 주 정부 및 연방정부의 지원기금이 있다.
지난 12월 14일 조나단 윌킨슨 연방 천연자원부 장관은 캐나다 중요 광물 전략(Canadian Critical Minerals Strategy)의 향후 계획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공급망을 개발해 연간 57억 캐나다 달러(약 5조3,547억 원, 2022.12.29. 기준)에서 240억 캐나다 달러(약 22조5,463억 원, 2022.12.29. 기준)의 GDP를 창출하고, 1만8,500~8만1,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캐나다에서 선정한 31가지 주요 광물 중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리튬, 흑연, 니켈, 코발트, 구리, 희토류 원소 등 6가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미국과 근접한 지리적 이점
캐나다 내 자원 매장량은 자원 부국과 비교하면 낮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점이 우려될 수 있지만, 지리적 이점이 이런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원 부국은 풍부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터리 제조 능력 및 기술 부족, 현지 전기자동차 수요 부족으로 인해 BNEF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캐나다는 미국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안정적인 인프라 보유, 충분한 수요 확보 등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장점이 캐나다의 배터리 공급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이 지난 9월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내년(2023년)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현지 전기차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제조기업들이 중국 외 국가에서 핵심 소재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주도로 2022년 6월 시작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에 속한 국가이기도 하다.
MSP는 안정적인 광물 수급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다자협력체로 전기 자동차 및 첨단 배터리에 투입되는 중요 광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MSP에 가입국은 호주,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스웨덴, 영국, 미국 및 유럽 연합인데, 캐나다처럼 IRA 역내 조달조건에도 부합하는 국가라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로 주목받을 수 있다.
2025년 7월로 발효가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도 캐나다 배터리 공급망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USMCA가 발효되면 전기차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 캐나다는 무관세 혜택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동시에 공급망, 친환경 정책, 공장 가동 비용 등 효율성 측면에서 미국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미국 부총리는 지난 10월 일련의 연설을 통해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캐나다와 민주적 동맹을 통해 서로의 경제를 돕고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2월 CBC 뉴스에서는 미국이 국방 장비를 구축 및 전기자동차(EV) 도입에 필요한 금속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캐나다의 주요 광물에 대해 캐나다의 광산업체들과 잠재적 프로젝트 자금 지원 관련 회담을 시작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을 위한 이런 변화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점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중요 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까지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파리기후공약의 이행 노력에 따라 그 수요는 4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22년 9월 Energy Canada(CEC)와 온타리오의 비영리단체 Trillium Network for Advanced Manufacturing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하고 개발한다면 2030년까지 최대 2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년 캐나다 경제에 480억 캐나다 달러(약 45조926억 원, 2022.12.29. 기준)를 기여할 수 있는 견고한 배터리 공급망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의 한 현지 업계 전문가는 캐나다는 필수 광물 자원부터 선도적인 청정기술 회사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강국이 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전하며 “이제 왜 캐나다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캐나다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한국이 가장 높은 생산기술력을 보유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리튬의 대중국 의존도가 64%에 달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 등 대외 여건에서 취약함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미국 내 배터리 수출 점유율이 높은 우리 기업은 IRA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아 중국에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망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선제 대응이 촉구되는 가운데 캐나다가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 제조 부문에서 상위 3개국에 들 정도로 생산 능력, 기술력, 품질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소재, 원자재 경쟁력에서는 뒤떨어진다.
캐나다의 경우 한국이 낮은 순위를 차지한 부분에서 상위권에 있으나, 자원의 단순 채굴을 넘어서 처리 공정 등 부가가치 산업은 아직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한국과 캐나다는 배터리 공급망에 있어 상호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지난 9월 23일 한국과 캐나다가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의 협력 강화방안에 협의한 바 있으며, 한국과 캐나다 기업 및 정부 기관 간 4건의 핵심 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캐나다와의 연대를 통한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를 이루고 나아가 ESG 표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채굴 작업용 장비, 설비 인프라 등 광산 산업과 관련 있는 제품 또는 기술을 보유한 우리 중소기업에서는 캐나다 배터리 공급망 전략과 그에 따른 현지 대형 광산 클러스터 형성 계획 등을 참고해 캐나다에 새롭게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자료제공: Bloomberg NEF, CBC, Canadian Vehicle Manufacturers Association, Natural Resources Canada, The Mining Association of Canada, 그 외 KOTRA 밴쿠버무역관 자료 종합
자료편집: 핸들러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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